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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11

북한산, 0916

북한산, 0916

해질무렵 산에 올라서 걷는 시간.

최근 산에 오르는 시간이 조금씩 늦어지고 있으면서 내려오게 되는 시간도 좀 늦어지고 있다.
우이동을 향해 내려올 때 쯤이면 밤이 되고 있다.
익숙한 길이건만 밤이 되니 겁도 난다.

이제 충분히 익숙한 길이건만, 열번도 넘게 스무번도 넘게 다녔을법한 길인데도 불구하고 어둡기 때문에, 당장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두려워 하게 된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프다.
조금전까지의 나의 호흡이 무너져버리고,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나뭇잎 구르는 소리, 개구리 지나가는 소리, 새가 나뭇가지에서 움직이는 소리등 낮이었으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소리들이 밤이 되니 정말 크게 다가온다. 
한심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이제 한번 두번 세번 익숙해지니 처음만큼의 두려움은 없다.
(또한 낮 시간의 나의 감각이 느끼는 것이 허접해 보인다.)

스무살적에도 앞은 보이지 않았고 지금 이 시점에도 당장 앞날도 보이지 않지만,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보인다. 

그 때도 지금도 앞이 선명하게 보이진 않는다. 당장 내 앞에 있는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것처럼 오늘 하루 내가 해야할 일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언제 바로 앞이 명백히 보였던 적이 있던가. 한 걸음 한 걸음 내 호흡으로 걸어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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